울보 아가씨의 상상이 현실이 된 여행기!
나는 울보 아가씨 ‘쟘’ 입니다.
오빠는 내가 호리호리한 폼에 눈만 몹시 컸기 때문에 ‘잠자리’라고 별명을 붙여 불렀고, 나는 너무 속상해 항상 울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세계 지도를 보며 ‘여기는 미국! 우리 집은 여기에 있구나!’ 하며 혼자 재미있어 했습니다.
그럴 때, 누군가가 러시아를 가리키며
“여기는 북극이라 사람이 살 수 없단다.
낮에도 어두컴컴하지.
그리고 오로라를 볼 수 있단다.”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 후로, 열세 살인 나는 러시아를 꼭 여행하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과연 러시아에 혼자 여행을 하러 갈 수 있을까요?
드디어 열아홉 살 가을, 그 기회를 얻었습니다.
흥미진진한 시베리아 방랑기 속으로 나와 함께 들어가 보시겠어요?
* 이 작품은 1939년 [국민신보]에 발표되었습니다.
백신애 (1908 ~ 1939)
여류소설가
경북 영천출생으로 한문을 수학한 후 대구사범 강습과를 졸업하고, 보통학교 교원을 지내다가 잡지사 기자로 전직하였습니다.
백신애의 관심은 민중의 궁핍한 삶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여성의 능동성을 금기시하는 사회적 억압을 의문시하는 데까지 다양한 문제에 걸쳐 있었습니다.
그녀는 여성동우회·여자청년동맹 등에서 여성운동을 한 바 있습니다.
192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나의 어머니]가 당선되어 데뷔했고, 1933년 신여성(新女性)지에 [꺼래이], 1934년 개벽(開闢)지에 [적빈(赤貧)] 등을 발표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밑바닥 인생의 생활상을 사실주의 기법으로 표현하였으며, 대표작품으로는 전기 외에 [낙오(落伍)] [정현수(鄭賢洙)] [정조원(貞操怨)] [호도(糊塗)] [광인수기(狂人手記)] [소독부(小毒婦)] [채색교(彩色橋)] [혼명(昏冥)에서] 등이 있습니다.
백신애는 32세에 위장병으로 생을 마쳤습니다.